까치설
박경리 | 46  

섣달그믐 날, 어제도 그러했지만
오늘 정월 초하루 아침에도
회촌 골짜기는 너무 조용하다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없다
푸짐한 설음식 냄새 따라
아랫마을로 출타중인가

차례를 지내거나 고사를 하고 나면
터줏대감인지 거릿귀신인지
여하튼 그들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을 골고루 채반에 담아서
마당이나 담장 위에 내놓던
풍습을 보며 나는 자랐다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음식 내놓을 마당도 없는 아파트 천지
문이란 문은 굳게 닫아 놨고
어디서 뭘 얻어먹겠다고
까치설이 아직 있기나 한가

산야와 논두렁 밭두렁 거리마다
빈 병 쇠붙이 하나 종이 한 조각
찾아볼 수 없었고
어쩌다가 곡식 한 알갱이 떨어져 있으면
그것은 새들의 차지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목이 메이게 척박했던 시절
그래도 나누어 먹고 살았는데

음식이 썩어 나고
음식쓰레기가 연간 수천억이라지만
비닐에 꽁꽁 싸이고 또 땅에 묻히고
배고픈 새들 짐승들
그림의 떡, 그림의 떡이라
아아 풍요로움의 비정함이여
정월 초하루
회촌 골짜기는 너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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