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촌 골짜기의 올해 겨울
박경리 | 39  

회촌 골짜기의 올해 겨울은
날건달처럼 햇빛이 오락가락
눈도 어정쩡하게 왔다가는 간다
춥지 않은 겨울

오락가락은 망설임이며 혼란인가
어정쩡함은 불안이며 권태인가
구석구석 먼지가 쌓이듯
어디선가 양파 썩는 냄새가 나듯

회촌 골짜기의 올해 겨울은
빈집처럼 쓸쓸하다
잠든 번데기의 꿈도 나른할 것 같고
어디선가 소리 없이
뭔가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북극의 빙하와 설원을 생각해 본다
북극곰의 겨울잠을 생각해 본다
그 가열한 꿈속에는

존재의 인식이 있을 것 같다
넘치고 썩어 나는 뜨뜻미지근한 열기 속에는
예감도 구원에의 희망도 없다
봄이 없다

자본주의의 출구 없는 철옹성
온난화 현상이 일렁이며 다가온다
문명의 참상이 악몽같이 소용돌이친다
춥지 않은 회촌 골짜기의 올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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