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 32  

장마 그친 뒤
또랑의 물 흐르는 소리 가늘어지고
달은 소나무 사이에 걸려 있는데
어쩌자고 풀벌레는 저리 울어 쌓는가
저승으로 간 넋들을 불러내노라
쉬지 않고 구슬피 울어 쌓는가

그도 생명을 받았으니 우는 것일 게다
짝을 부르노라 울고
새끼들 안부 묻노라 울고
병들어서 괴로워하며 울고
배가 고파서 울고
죽음의 예감, 못다한 한 때문에 울고
다 넋이 있어서 우는 것일 게다
울고 있기에 넋이 있는 것일 게다

사람아 사람아
제일 큰 은총을 받고도
가장 죄가 많은 사람아
오늘도 어느 골짜기에서
떼죽음 당하는 생명들의 아우성
들려오는 듯……

먹을 만큼 먹으면 되는 것을
비축을 좀 한들, 그것쯤이야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지혜로 치자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탐욕
하여
가엾은 넋들은 지상에 넘쳐흐르고
넋들의 통곡이 구천을 메우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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