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처용
박명숙 | 17  

바다에서 부왕이 날 비워내듯
세상에서 너도 날 비워냈지
푸른 달빛 아래 물결치는 솔숲
겨드랑이 그윽히 부풀어
내 비늘 닮은 솔껍질 만나면
숨어서 옷을 벗었지
찬란한 은모래로 몸을 닦아보았지
젖은 아가미로 내뿜던
숨소리 거칠게 포개놓고 온 세상
한 됫박의 소금인 내 몸을
네 상처에 칠 수가 없어
나는 잊었던 바다 짐승
지느러미를 꺼내 활활 연주하고 싶었지
네 서러움 지나
네 어둠을 그리워하면서
그런 달밤이면
등이 찢어지도록 노래하고 춤추고 싶었지
바다와 땅 사이
한바탕 개운한 내 몸을
길처럼 걸어놓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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