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할 때.....
방실이만 춤 잘 추는 줄 알았던
내가 무시했소.
당신의 그 소질을
나처럼 무능한 남자에게 시집오는 바람에
노래방 구석에서 썩혀버리는
당신이 애처로울 뿐이오.

당신.
어쩜 그리 잘 흔드오?
훌라후프도 잘 안 들어갈 듯한
아니, 설령 들어간다 해도
도저히 빠질 수 없을 것 같은
당신으 굵은 허리가 어쩜
그리 유연할 수 있단 말이오.

그리고 노래 할 때
마이크를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던져
옮겨 잡는 액션은
그야말로 예술이었소.
쇼킹.
그것은 쇼킹이었소.

그리고, 또 하나의 쇼킹.
그것은 술 마시지 않아도
술 취한 사람보다 더 맛이 간 채로
심하게 놀 수 있는
당신의 모습이 그것이었소.

어떻게 가사도 보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를 수 있소?
당신,
집에서 꾸준히 연습했소?

수십 곡을 부르고도
노래방을 나오며 아쉬워하는
당신의 불만에 찬 모습은
나에게 '체력은 국력'이란 말을
되새기게 해주었소.

난 오늘 한 곡도 못 불렀소.
그래도 괜찮소.
나 부를 시간에
당신이 몇 곡 더 부르고,
동시에 살이 조금이라도 빠졌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하오.

여보.
당신 정말 멋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