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올 때
문태준 | 16  

내가 들어서는 여기는
옛 석굴의 내부 같아요

나는 희미해져요
나는 사라져요

나는 풀벌레 무리 속에
나는 모래알, 잎새
나는 이제 구름, 애가(哀歌), 빗방울

산그림자가 물가의 물처럼 움직여요

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어요
새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바꿔가며 날아 앉아요

새들이 날아가도록 허공은 왼쪽을 크게 비워놓았어요

모둑
흐르는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서쪽 하늘로 가는 돛배처럼
이름    비밀번호    

5 저녁이 올 때  16
4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