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꼬리
임덕기 | 287  

바람이 숲을 삼킨다

숲은 심한 용트림하고
나무는 머리채를 흔든다
상처 입은 짐승의 낮은 신음 소리가
숲길을 헤집고 다닌다

바람이 지나는 길목엔
암묵暗黙의 시간이 흐르고
펄떡거리던 열정도
하얗게 탈색되는 순간

바람이 남긴 치명적인 족적들
하얀 속살을 보이고
땅에 나뒹구는 나무들
그들의 한 생애는 문이 닫히고
오랜 이야기들은 멈췄다

시치미 뚝 떼고 사라진 바람의 꼬리

주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새벽 정적 속으로 조심스레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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