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낙숫물
문태준 | 241  

흥천사 서선실(西禪室) 층계에
앉아 듣는
가을비 낙숫물 소리

밥 짓는 공양주 보살이
허드렛물로 쓰려고
처마 아래 놓아 둔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

숨어 사는 단조로운 쓸쓸한
이 소리가 좋아
텅 빈 양동이처럼 앉아 있으니

컴컴해질 때까지 앉아 있으니

흉곽에 낙숫물이 가득 고여

이제는 나도
허드렛물로 쓰일
한 양동이 가을비 낙숫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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