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쪽으로 새는
문태준 | 241  

나의 가늘은 가지 위에 새 두 마리가 와서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의 창을 조금 더 열어놓았습니다
새의 울음은 나의 밥상과 신발과 펼친 책과 갈라진 벽의 틈과 내가 사랑했던 여인의 빰 위에 눈부시게 떨어져내렸습니다
나는 능소화가 핀 것을 보고 있었고 새는 능소화의 웃음 속으로 날아갔습니다
날아가더니 마른 길을 끌고 오고 돌풍을 몰고 오고 소리를 잃은 아이를 데려오고 가지꽃을 꺾어 오고 그늘을 깎아 오고 늙은 얼굴과 함께 오고 상여를 메고 왔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것들은 하나의 유원지처럼 환했습니다
그것들은 하나하나의 고음(高音)이었습니다
어떻게 그 크고 무거운 것들을 아득한 옛날로부터 물고 오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것들과 함께 와서도 나의 가늘은 가지 위에 가만히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나의 쪽으로 새는 흔들리는 가늘은 가지를 물결을 밀어 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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