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모질게 쏟아지던 소낙비에
내가 쓸쓸히 기르던 채소밭의
갓 핀 쑥갓들이 모로 쓰러졌구나.
쓰러진 것이 어찌 그것뿐이랴.

너와 내가 기르던
사랑의 無等의 저 옥돌들도
진흙밭에 코를 박고
목까지 빠지는 슬픔에 잠겨 있구나.

돌아가자, 없는 땅을 찾아서
눈물 많던 나날의
우리들 눈그늘에 어리던 저 근심의 날로.
없는 길을 더듬어 완전한 맨발이 될 때까지
걷고 또 걸어서.

때로 기억하리라.
바늘귀로 한세상 들여다보며
한 자루의 線香으로 뜸을 들이며
鮮血의 붉은 꽃잎에 입 맞추던
우리들 文身의 저 지극하던 때를.

인적 끊긴 산마루에
나를 대신 울며 날아가는 한 마리의 작은 새여,
해 저물고
인가의 불빛 멀리 사라져
내 마음의 꿈 빛깔도 이렇게 캄캄하구나.

잘 있거라, 정다운 내 이웃들.
늦은 귀가의 골목길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어둠의 떼와,
日氣不順과,
어린 것들의 잔기침 소리와….

아내여, 꽃 마중 가듯이
그렇게는 가지 못해도
모둠발로 땅을 딛고 하늘을 보면
전주 집 큰애기의 젖망울도 좋이 풀리고
내일은 먼 어디메 추석장이 서는 곳에
풋과일도 한 광주리 나와 돌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