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돌아보지 말자,
이를 갈며 배코 치며 다짐을 해도
문득 수은등 반짝이는 골목 끝에서
청천 하늘엔 별도나 많고
우리네 가슴엔 수심도 많다,
술 취한 사내의 뒤틀린 가락이
간단없이 뒷덜미를 치는구나.

그러나 가자 가자, 나의 아내여,
우리 어둠 속에서 태어나
어둠으로 어둠의 胎를 길렀었거니
어디엔들 목을 놓고 주저앉지 못하랴.

슬픔이 비뚜름한 강이 되고
저 홀로 깊어 버린 그 강물 위에
서러운 황혼의 때가 오면
햇덧처럼 잦아드는 우리네 목숨.

인생은 머나먼 한바다를 앞에 두느니
아내여, 가다가다 두 눈에 청산이 들면
산등성이 허리춤에 주저앉아서
오금 박힌 한때를 잠시 놓았다
큰 숨 한번ㄷ 들이쉬고
하늘 한번 바라보고 쉬었다 가자.

제 울음 못 참고 우는 아이야,
서릿발 쉰 목청 위에
개망초 꽃잎 같은 내 울음을 붙이고
오냐, 오냐, 오냐,
노을 비낀 하늘을 어금니에 질끈 물고서….

다시금 또 하늘을 본다.
하늘에는 끝없는 강물이 흐르고
그 강물 위에 꽃 같은 구름이 흐르고
우리들 남루의 검은 옷자락도 흘러내린다.
거짓말처럼 찬란하게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