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버스 종점 건너편에는 말썽 붙은 땅이 하나 있습니다. 너덜거리는 키 작은 판자로 사방을 둘러쳤는데, 울퉁불퉁한 그 판자에는 시뻘건 페인트로 잔뜩 성난 사람이 쓴 것이 분명한 구호가 적혀 있습니다. 매일자는 피......!
마음 약한 나는 얼른 내 팔다리를 돌아봅니다. 피들이 잠들어 있다구?마음 약한 나는 머리도 흔들어봅니다. 피들이 잠들었다구?
머릿속에서 그림자 하나가 길바닥으로 뛰어나갑니다. 아, 내 그림자? 팔을 뻗쳤더니 팔에서 실핏줄들이 한길 가운데로 쏟아집니다. 알약이 쏟아지듯이, 햇빛 환한 길, 내 사랑하는 양털구름도 없는 길.

아하, '매입자는 피해보상을 하라!'는 구절이 비바람에 쓸리고 닳아 그렇게 된 것이군요.
한길에 나뒹구는 헌 그림자.
핥고 핥아 핥아
햇빛은 어디인가로 간다, 내 사랑하는 양털구름도 없는 길, 집을 찾아서.
그 버스 종점 건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