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한참을 내리더니
햇살이 가득하더니
또 비가. ^^

시원한 여름이 되길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날마다 꽃을 피우다 보면 - 황용순

산다는 건
날마다 꽃피는 일인 거 같아
바퀴를 계속 굴리지 않으면 자전거는 넘어지거든
그런데 네게서 핀 꽃은 공중에 떠 있는 거 같아
마치 구름처럼 네게 매달린 새도
공중에 붙잡혀있는 거 같아
날마다 꽃을 피우다 보면
날마다 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거든
허공에 갇혀버린 자전거를 본 일이 있니?
높은 절벽에서만 핀다는 구름바위꽃이라고 들어봤니?
구름바위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필릴리 소리를 내며 꽃을 피운다 해서
바람피리꽃이라도고 부르거든 그 꽃은 날마다 조금씩 계속 꽃을 피우다
삼천 일이 되면 열매와 함께 만개하는 데 그렇게 만개가 된 채로
한 달이 채 지나지 못해 깨끗이 사라진다네 꽃도 열매도
몸을 일으켜 걷게 되는 거
자전거를 타는 거 밥을 먹는 거
술 마시는 거 아이를 안고 아내를 바라보는 거
그 모든 순간이 겨우겨우 꽃피는 일 같아
어쩌다 태어났을까 한숨을 쉬면서도 멈출 수 없는
그래 구름바위꽃을 본 사람은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간 사람뿐이래
봤다는 사람은 많아도 구름바위꽃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고 찾을 수도 없다네
너는 나부끼는 바람을 술에 타서 마시고
나는 네가 꽃피는 순간들을 보며 언젠가 만개해서
저 구름과 바람 속으로 날아가 버릴 너를 상상해
페달을 밟지 않아도 공중에 떠 있게 될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