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녁 바람은 시원한 듯 합니다.
밤 산책이 좋은 날인 것 같아요.
여름 휴가는 잘 다녀오셨지요?
전 이번 여름은.. 책과 함께.. ^^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너가 오면 - 유희경

그렇게, 네가 있구나 하면 나는 빨래를 털어 널고
담배를 피우다 말고 이불 구석구석을 살펴본 그대로
나는 앉아 있고 종일 기우는 해를 따라서 조금씩 고
개를 틀고 틀다가 가만히 귀를 기울여 오는 방향으로
발꿈치를 들기도 하고 두 팔을 살짝 들었다가 놓는
너가 아니 너와 비슷한 모양으로라도 오면 나는 펼쳤
다가 내려놓는 형편없는 독서 그때 나는 어떤 손짓으
로 어떻게 웃어야 슬퍼야 가장 예쁠까 생각하고 그렇
게 나, 나, 나를 날개처럼 접어놓는 너 너 너의 짓들
너머로 어깨가 쏟아질 듯 멈춰놓는 모습 그대로 아니
그대로, 멈춰서 멈추길 멈췄으면 다시처럼 떠올려 무
수히 많은 다시 다시와 같이 나를 놓고 앉아 있었으
면 나를 눕히고 누웠으면 그렇게 가만히 엿보고 만지
고 아무것도 없는 세계의 밋밋한 한 곳을 가리키듯
막막함이 그려져 손으로 따라 걸어 들어가면 그대로
너를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숨이 타오름이 재가 된 질식이 딱딱하게 그저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그건 너가 아니고 기실, 나는
네 눈 뒤에 서 있어서 도저히 보이질 않는 너라는 미
로를 폭우 쏟아져 내리는 오후처럼 기다려 이를 깨물
고 하얗게 질릴 때까지 꽉 물고 어떻게든 그러므로,
너로부터 기어이 너가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