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펼친 시집의 한 페이지에
향유 고래.. 시가 있었습니다.

모비딕에 묘사되어 있던
향유 고래가 떠올라, 반가웠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평온해서...
사람들이.. 마음을 빼앗겨
자신들의 불운을 너무 늦게 깨달을 수 밖에 없다는..

.. 어쩌지요..



향유 고래 - 임덕기

알래스카 근처 베링해에는
덩치 큰 시인들이 모여 산다

알레그로 속도로 부는 바람 따라 자맥질하며
향기로운 내음을 가슴에 품고
물의 중심에서 떠돌며 이리저리 헤맨다

마음이 허기지면 멀리 떨어진 동료에게
낮은 소리로 말을 건네고
이따금 숨비소리로
주위에 제 존재를 알린다

선조들이 뭍의 야수를 피해 찾아 들었던 바다

물의 가시가 가슴을 찌르는 날에는
해변에 올라와 물을 거부하며
떠나온 육지를 그리워한다

눈앞에 아슴아슴 떠오르는 푸른 풀밭
그 위를 천천히 걸어가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