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로 가버리고
여름이 왔습니다.
무서운 바이러스 하나가
우리의 삶을 건너뛰게 하고 있네요.

그래도 우린 여전히..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는 거지요?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나는 있어야 한다 - 김기린

1
색깔이 바랜 책상일망정
홀로 앉아서
아무리 고고하고 싶어도
태고적부터 도리없이 엮어져 있을 우리는
어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먹어야 하는 것들이 딱하지만
하는 수 없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것은
있어야 하기에
서로
노려보지 않을 수 없는 것에
누구의 뜻이라고
이제사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2
어쩌다
주위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아직 나에게 단 것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란 것을
비로소 알았을 때
멍청히 달을 마주하고
그냥 있어 보는
싱거운 미소지만
그때도 우리는
힘차게
웃고 있어야 한다

3
다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옳다

좋다는 것과
싫다는 것과의 차이는
너와 나를 구분하는 자각에서부터
이미 선이 그어져 왔던 것을
모르는 척 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에
우울하지만
우리는
그렇게라도 서 있어야 한다

4
여기서 던지면
저쪽에서 받아야
이치에 맞는 일이지만
늘 허공에 떨어지고 마는
우리는
그걸 따지기 전에
우선 버티고 서 있어야 한다

이게 아니라는 항변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누구에겐가 미루고
우선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우리는
할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바보같이 웃으면
금세 진짜 바보가 되어 버리는
나를
저쪽에서 내가 찬찬히 보고 있음을 본다

5
반드시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내가 없음을 보면서도
원통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