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보면 눈과 관련된 시가 떠올라
이리저리 시집을 뒤적이다
문득.. 이런 시가 제마음에 들어온 것은..
제게도 흰머리가 내렸기 때문이겠지요.... ^^

눈길 조심하세요~


하늘에서 흰머리가 내리는군 - 신용목

검은 광장을 지나 우리는 이별을 안부처럼 물으며 걸었다.
하늘에서 흰머리가 내리는군.

우리는 금방 늙어버리고 거리는 붉은 낙서로 가득 찬 페이지에서 찢겨져 있었다.
사랑에 대해 들려주고 싶었지만,
봄여름가을에 대해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자연은 없었다.
겨울,
그리고 바람
소리가 큰 귀를 펄럭이며 날아가는 쪽.
거기서도 시간이라는 성실한 집사들만이 유일하게 우리를 돌봐주겠지
하늘에서 흰머리가 내리는군.
우리는 괜히 흰 눈을 다져 둥글게 뭉치곤 하였다. 미리 뒹굴고 마침내 세워진 머리를
미리 뒹굴고 마침내 서 있는 몸통 위에
가지런히 올려주고 싶지만,
구름의 상복이며
물의 시신,
피와 눈물이 하나인 눈사람에게 그리움 따위를 맡겨놓지는 말아야 한다.
슬픔의 증인석을 내주지는 말아야 한다.
얼굴에 광대 분장,
신기해라. 어떻게 만들어도 눈사람은 모두를 닮아 있지
그래서
아무리 단단하게 뭉쳐도 흔적 없이 사라지는 눈사람을 보면, 울 때마다
눈물이 조금씩 우리를 지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얗게 어는 겨울 풍장처럼

나로부터 미래가 도망칠 때,

세상에는 사랑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저녁이 있고 안녕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아침이 있지만,
나는 언제나 뒤에 오는 것을
믿는다.
세상에 눈사람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겨울이 있고 눈사람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봄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