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기온에
제 작은 텃밭은 이제 정리 중입니다.
내년엔 좀 더 풍성하기를 ^^

감기 조심하시고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통화음이 길어질 때 - 진혜진

포도에서 만납시다
머리와 어깨를 맞댄
돌담을 돌면 포도밭이 있다
우리의 간격은 포도송이로 옮겨가고
담장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처럼
지지대를 타고 몸을 쌓는다
씨를 품는다
우리는 서로 기댄 채 손끝이 뜨거워지고
포도는 오래 매달릴수록 그늘의 맛이 깊어진다
입꼬리 올린 갈림길마다 가위눌린 꿈에서
쓴맛이 돈다
포도는 입맞춤으로 열리고 선택으로 흩어진다
바둑판 위에서 반집을 지키는
흑백의 돌처럼
우리는 내려올 수 없는 온도
피가 둥글어진다
언젠가 통화음이 길어졌을 때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걸 예감했고
덩굴인 엄마가 욱신거려
그해 포도 씨는 자꾸만 씹혔다
깨물어 버릴까
한 팔이 눌리고 한 다리가 불면인 잠버릇이 생긴 곳
자유로를 지나 수목장 가는 길
포도 알맹이를 삼킨다
하나의 맛이 두 개의 흔적을 낸다
단단히 쌓은 탑을 나는 한 알 한 알 허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