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직 한낮에는 여름의 태양볕이 겉옷을 벗게 만듭니다. 온통 도심 한가운데도 가을이 구석구석 없은 곳이 없습니다.
오늘은 가을 들판을 꿈결인듯 달리는 차 속에서 ....
들판은 온통 손님처럼 찾아온 풍년으로 가득햇구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20년도 훨씬 넘은 그 시절에는 풍년을 몰래 훔치는 참새때들 지키라고 부모님이 깡통하나 들려주고 들판에 내 보냈었죠.
참새때 등장하면 깡통 두드리면서 끝도 없는 논둑길 오가기를 수 없이......
결국에는 지쳐서 허수아비 만들어서 세워두고 미류나무 아래서 만화책 봤엇죠.
참새들 허수아비 무서워서 전보선대 위에서 올라왔다 내려갔다 수없는 반복.....
2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줄곧 가을들판을 지키는 허수아비는 유행도 타지 않고 양팔을 벌리고 서 있었구요.
아! 맞아요.
할아버지의 헐렁한 옷이 아니라 양복에 한복에 한껏 모양을 내기도 했구요.
밀집 모자 대신에 중절모를 썼더군요
참새는 더 이상 허수아비를 무서워 하지 않았구요
양팔에 앉아서 오수를 즐기고 피곤함을 휴식하고 있더군요.
오늘은 교생들이 연구수업 하는 날.
체크목록을 들고 점잖이 않아서 수업참관을 하는데
아이들은 도저히 점잖을 떨 수 없도로 만듭니다.
오늘 주제는 가을입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교생이 벼이삭도 구하고 여러가지 자료들을 구했더군요
벼이삭을 실물화상기로 보여주고 이야기 나누기를 하면서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아이들이 벼이삭이라고 제법 대답을 하더라구요
텔레비젼에서 봤다나요?
그런데 우리들 어렸을적에 엉뚱햇던 것처럼
엉뚱한 녀석이 한둘은 있게 마련이거든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선생님 그거 틀렸다는거예요
"그건 해바라기씨예요"하고
경험이 적은 교생이 당황해서 아이들한테 끌려 다니기 시작합니다.
이틈을 아이들은 놓칠리가 없죠
교실은 금방 난장판이 됐습니다.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하나?
교생 결국은 울고 맙니다.
겨우 겨우 담임이 수습해서 다시 진행을 하는데....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추수하는데...
이 벼이삭을 언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 그냥 묵묵부답.
봤어야 알죠
그런데 아까 그녀석
손을 번쩍 들더니
"할머니 집에 가서 똥눌때 봤어요" 하는거예요
아이들은 "똥" 소리에 무슨 영문이진도 모르고 죽는다고 웃어대고
저를 포함해서 선생님들은 또 그 녀석의 엉뚱함에 웃어대고
온통 교실이 웃음바다입니다.
아이를 일으켜 세워 사건을 진상을 알아본 결과
할머니 집에 가서 논밭으로 산으로 들녘으로 아이를 데리고 다녔나봐요
아이가 도중에 응아 하고 싶다 하니까 그냥 바지 벗겨서 논두렁에 누인 모양인데
이녀석 지 눈앞에 벼이삭을 유심히 봤던겁니다.
그게 생생해서 그녀석은 벼이삭은 언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똥눌때요"가 튀어 나온거예요

이어서 가을 동시 짓기 시간입니다.
어떤 녀석이 지은 동시입니다.

" 바스락 바스락
가을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바스락 바스락
다람쥐가 지나가는 소리"
될성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어때요?
싹수가 보이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다람쥐가 지나가는 소리랍니다.
바스락 바스락....

이래서 아이들 교육은 체험 교육 살아 있는 교육이 중요한가봐요
저희도 오늘 그 아이를 보면서 교육현장에서 고민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