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과 무한궤도(두 여중생과 미군의 탱크)

두 송이의 들꽃이 엄청난 무한궤도 앞에 무참히 밟혔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음뿐인 우리의 모습
항의할 힘조차도 없는 들판은 누구의 땅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합니다.
길고 긴 세월 동안 무참히 밟힌 들판이지만
그래도 아직 생명이 있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있을는지---

그런데 어느 날 두 송이의 들꽃이
이제 힘없는 들판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었습니다.

붉은 함성의 4등보다
더 큰 힘을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이 땅의 들판에서 자라나는
모든 꽃들에게 우리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우리는 한 꽃이며
한 들판에서 자라나는 생명들이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들꽃은 반드시 움직입니다.
태풍이 불면 더욱 힘차게 몸부림을 칩니다.

그 몸부림 속에는
새로운 포자를 퍼뜨립니다.

그러기에 이 땅의 모든
들꽃은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들꽃을 세차게 흔들어 버린
무한궤도는 점차로 녹슬어 갈 것입니다.

언젠간 그 녹슨 포자들은
들판에 흡수되지만
생명이 없기에 들판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