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 하고도 서너달 전 우연히 지나가다가 좋아하지도 않는,
기냥 유식한척 있는척 고상한척 해볼래다가 신청한 릴리님의 시배달...
그때는 릴리님이 새색시였던듯한데.....

사실 전 시는 잘 모릅니다..하지만 남들 다있기에 만들어놓은 이메일주소에.
친구들에게 오는 메일한통없이 온통 광고메일로 꽉 차있던 시절, 프로그램에 의한것일거라 생각하지만 배달시 첫째줄에 "누구님 어쩌네요" 하는
친근한 인사말에 짧은 릴리님의 소식까지 읽을라 치면 마치 잘 아는이에게
온듯한 편지를 읽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시는 쓰~~윽 하고 훓어만 보고 버리기 아쉬어 따로 릴리님 보관함을 만들어
한개 두개 차곡차곡 모은게 벌써 아흔 세편의 시가 됬네요..그렇게 별 의미없이 모은시를 집사람에게 보내준 덕에 맘을 얻을 수 있었던것에 무척이나 감사 드리고요,

처음 제가 받았던 시..그래서 가장 많이 보았던시, 그덕에 가장 좋아하는 시가된 그때 그 시한편을 올립니다.(집사람도 가장 좋아합니다.)

ㅇㅇ님 안녕하세요.

얼마전
전자수첩이 초기화되는 현상이...
저장되어있던 많은 친구들의 연락처가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허전함..
그 친구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친구는 늘 그립습니다.

좋은 한주 되세요.


오래된 정원
　
나는 오래 된 정원 하나를 가지고 있지
삶을 상처라고 가르치는 정원은
밤낮없이 빛으로 낭자했어
더 이상은 아물지도 않았지
시간을 발밑에 묻고 있는 꽃나무와
이마 환하고 그림자 긴 바위돌의 인사를 보며
나는 그곳으로 들어서곤 했지 무성한
빗방울 지나갈 땐 커다란 손바닥이 정원의
어느 곳에서부턴가 자라나와 정원 위에
펼치던 것 나는 내
가슴에 숨어서 보곤 했지 왜 그랬을까
새들이 날아가면 공중엔 길이 났어
새보다 내겐 공중의 길이 더 선명했어
어디에 닿을지
별은 받침대도 없이 뜨곤 했지
내가 저 별을 보기까지
수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나는
떡갈나무의 번역으로도 읽고
강아지풀의 번역으로도 읽었지
물방울이 맺힌 걸 보면
물방울 속에서 많은 얼굴들이 보였어
빛들은 물방울들을 안고 흩어지곤 했지 그러면
몸이 아프고 아픔은 침묵이 그립고
내 오래 된 정원은 침묵에 싸여
고스란히 다른 세상으로 갔지
그곳이 어디인지는 삶이 상처라고
길을 나서는 모든 아픔과 아픔의 추억과
저 녹슨 풍향계만이 알뿐이지

- 장석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