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참새

우리는 참새 이야기를 했다.
똑똑한 참새와 어리석은 참새
저항하는 참새와 굴복하는 참새
신세대 참새와 늙은 참새들의
이야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 참새와 저 참새 사이에서
고뇌하는 참새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이 참새에서 저 참새로
바뀌어 가는 참새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어떤 참새들도 같은 틀 안에
묶을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하느님은 수천 수만 제 각각 다른
참새들을 날려보냈으나 우리는 기껏
몇 개의 말의 둥지 안에 그들을 몰아 넣을 뿐이다.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참새 한 마리의
뜻하지 않은 눈빛에 부딪쳤을 때
우리는 그를 어떤 종족으로 부를 것인가
원시의 숲에서 처음 만난 짐승 같은
그런 눈빛을 만났을 때.

- 조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