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로4가 전차종점은 목월 선생이 사시던 곳. 거기 비탈진 언덕길 위 일본식 이층집. 삐걱거리는 목조계단을 오르면 다다미방 한가운데에 놓인 네 귀 반듯한 앉은뱅이책상. 칠이 아주 많이 벗겨져 있었지. 그곳은 그가 넓고 시린 등을 보이며 한겨울에도 철필에 가슴 같은 잉크를 찍어 생계용 원고를 쓰던 곳. 창을 열면 새벽하늘로 당인리발전소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연기가 보인다 했지. 내 오늘 무심히 지나치다 보니 그 자리에 바로 청노루빌라 두 동이 들어서 있네. 거실 하나에 따스한 욕실 두 칸이라? 지금은 없어진 전찻길 너머로 그가 넓고 서울한 등을 보이며 얼핏 지나는 것이 보였다. 원효로4가 전차종점은 하여간에, 말처럼 긴 얼굴의 선량한 가장 목월 선생이 사시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