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문화상 수상 통고를 받자
순간, 아 긴 세월
고독의 승리, 이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참으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고독한 내 생애가 아니었던가

고독하면 고독할수록
쓰고, 쓰고, 또 쓰고,
그 비밀의 운명을 쓰는 것만으로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했던
긴 긴 세월

온 심장을 말려가며
보이지 않는 눔물로 쓴 쓸쓸한 시들이
이렇게 상을 탈 줄이야, 할 때

어디선지 다시 들려오는 어머님 목소리
"밖의 사람들은 이렇게 너를 좋아하는데
집안 사람만 너를 미워하는구나"

그렇습니다. 그때도 이러한
큰 상을 탔을 때였습니다

좋아하든, 미워하든,
나는 그저 묵묵히 살아야만 했던 거
살아 견디어 나가야만 했던 거
이걸, 누구에게 이야기 하겠습니까
이야기한들 누가 믿겠습니까
내가 타고 난 나의 길
오로지 혼자 가야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이 길도 끝이 보이는 자리,
하며 오늘도 그저 부지런히 걷고 있는
이 쓸쓸한 운명의 길

어머님, 마지막 다 온 길 어디에서
이 이승에서 이 눈을 감을 땐
훤하게 그곳에 계시어
아프지 않게 저를 어머님 품안으로
다시 인도해주소서

저에겐 이제 아무런 후회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