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눈 세상입니다.
어제 오후 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온 산천을 눈꽃으로 장식을 했지만,
돌아 오는길은 그야 말로 아수라장입니다.
여기서 쿵~ , 저기서 쿵~
차들이 뒤엉켜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던 풍경입니다.
몇번인가 망설인 끝에 차를 두고 왔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거리를 걸어 보기도 하고,
눈을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걸어보기도 하고
일부러 사람들이 걷지 않은 새눈만을 밟으며 걸었습니다. 눈위에 발자욱을 남기면서 뒤도 돌아 보기도 하고,
또 미끄럼도 발로 쭉 쭉 타면서요.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가로등 앞을 지날때는 정말 황홀해서 한참을 서서 그 광경을 바라 보았습니다.
눈이 가로등에 반사되어 온통 수정을 쏟아 놓은것 같기도 하였구요.
별들이 하늘에 뜨지 않고 지상으로 모두 내려온듯 했습니다.
이른 새벽에 모습입니다.
혹시라도 밟아서 쓸리지 않을까봐서
사람하나 겨우 다닐만한 오솔길을 만들었습니다.
눈가래로 밀어내구 빗자루로 나머지 눈들을 길 양옆으로 몰아냈습니다.
후유~~ 이마에 �셜� 땀방울이 상쾌하고 시원합니다.
엄동설한도 이런때는 별 효력을 내지 못하네요.
아침이 중천에 걸리구 눈들이 녹을 준비를 할때
아이들은 모처럼의 눈이 녹는것이 아깝기만 한가봅니다.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응달진 골목마다 아이들 세상입니다.
아이들이 커다란 비닐주머니를 하나씩 다 들고 있길래 ..
이 눈속에서 아이들이 쓰래기라도 줍나?
하고 의아했습니다. 그러나 해답은 곧바로 눈 앞에서 확인 됐습니다.
응달진 골목 비탈은 아이들의 썰매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마다 비닐봉지에 헌 옷 하나씩 넣어서 엉덩이 받치고 미끄럼을 타고 있더라구요.
게중에서도 게구장이들은 눈 속에 뒹굴기도 하고 ,
눈싸움도 하구요.
한참을 쳐다 보던 나두 옛 동심과 함께 호기심이 발동 했습니다. 아이들한테 재미있냐구 물으니까 다들 이구동성으로 재미있다고 해서 ....
그럼 나두 한번 타볼까? 하고 하니 아이들은 처음에는 머뭇머뭇 어른을 끼워주지 않더니 한번더 부탁하니 한 아이가 선뜻 자기 비닐봉지를 내밀더군요.
그래서 한번 쭉 미끌어지면서 탔는데 .........
결국에는 균형감각을 잡지 못하고 그냥 나뒹굴고 맙니다.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어대고 나도 덩달아서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놀라구 하도 자리를 총총히 떳습니다.
옛추억들은 어두컴컴한데서 항상 하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기 마련인데.....
겨울 하얀 눈 추억은 눈이 깨끗해서 그런가요?
추억도 맑고 깨끗합니다.
오랫만에 걸으면서 내 발만을 쳐다보고 걷기도 하고,
뒤돌아 발자욱도 보기도 하고,
미끄러질까봐 뒤뚱거리기도 하면서 우리네 이생살이 한구석이 엿보기도 합니다.
뒤돌아 보는 내 발자욱이 하나같이 고른게 하나도 없구 어지럽게 찍혀 있습니다.
지나온 내 삶의 혼적이 고르지 않았다는 의미이겠죠.
걷는데도 먼앞을 보지 못하고 발등만을 보고 걷게 됩니다. 행여나 미끄러질까봐서....
그런데 내가 앞으로 살아갈 삶도 아마 그와 같을 것입니다. 먼 미래를 향해 계획을 세운다거나 확트인 시야와 견해보다는 우선 당장 발등에 불만을 보고 급급하게 살아가는 모습들,,,,,,,
그러면서 뒤뚱거리면서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그렇게 그렇게 인생살이 하나를 정리하겠죠?
눈이 많이 온 덕택에 걸어보기도 하고 옛날 추억도 끄집어 내서 다시 보게 되는 일상을 갖게 됩니다.
작은 행복을 느껴야죠.
좋은 느낌의 하루 입니다.